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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신보]제41차 일본수부외과학회 참관기
w병원 | 1998-06-25 00:00:00 | Hit : 42,320
작년 6월쯤, 일본 수부외과학회에서 아시아-태평양 국가를 대상으로 98년도 제41차 학회에서 발표할 논문을 모집한다는 공문을 접하게 되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각 나라에서 한 편 씩의 논문을 채택하여 Hand Surgery, Now in Asian Countries session에 발표를 시키고, 일본수부외과 학회에서 학회등록비, 호텔 숙박비 및 항공료 1,000$을 제공한다는 것이었다. 복권 사는 기분으로 보낸 논문이 운 좋게 채택되어 지난 5월 13일부터 4박 5일 동안 비록 대한 성형외과학회에는 참석하질 못 해 아쉬었지만, 기분 좋게 일본을 방문하게 되었다.
오사카에서 가장 큰 리가로얄 호텔에서 개최된 수부외과 학술대회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여는 세계 수부외과 학회와 맞먹는 대단한 규모였다.
개막식과 폐회식, Asian session과 외국 초청 연자들의 강연이 이루어졌던 제1로얄홀은 1,000좌석이나 되는데 이나마도 좌석이 모자라 서서 경청하는 청중들도 많았다.
성형외과와 정형외과 등의 과 구분이 없이 2,800명에 달하는 회원 중 1,200명 이상이 등록을 하였고, 462편의 논문을 접수받아 123편의 구연 발표를 4개의 홀에서 나누어 진행되었고, 6개의 작은 홀에서는 119편의 포스터를 전시하였으며, 7편의 비디오 발표도 있었다.
또한 외국 초청 연자로는 미세수술과 수부외과 분야의 세계 최고로 자부하는 Kleinerts Institute(Louisville, Kentucky)의 Dr. Harold Kleinert와 Dr.Streichen 등 6명이었으며, 이들의 강연을 듣기 위한 일본 수부외과 의사들의 열의도 대단하였다.
학회 진행에서도 발표자들은 슬라이드 한 화면에 여러개의 술전, 술후 사진을 합성하여 발표 시간을 엄수하였고,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아무리 사소한 질문에 대해서라도 진지하게 토론하는 모습은 우리 학회도 배워야 할 점이었다.
일본에서는 수부외과 수술의 대부분이 정형외과 의사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이들이 선천성 기형 뿐만 이나라, 근, 골, 건, 관절 및 미세 수술 분야까지 모두 차지하고 있었으며, finger tip수술과 flap, toe-to-handtransfer 분야에서 몇 몇 성형외과 의사들의 발표가 눈에 띄었다.
일본 수부외과학회는 Nara Medical College 정형외과의 Professor Susumu Tamai가 학회장직을 수행하고 있으며, 성 마리아나대학의 Professor M.Beppu가 Asian session 의 좌장을 맡았다. 필자는 Distal thumb reconstruction with a great toe partial nail preserving technique에 대한 논문을 구연 발표하였으며, 싱가폴, 호주, 인도, 홍콩 등에서 초청되어 온 7명의 연자가 각국을 대표하여 각각의 연제를 발표하였다.
특히 좌장을 맡았던 Professor M.Beppu는 온화하고, 친근감 넘치는 성격으로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호감을 주는 인정 많은 사람이었다.
일본 수부외과 학회를 움직이는 많은 구성원들과 Professor Tamai나 Beppu도 역시 Kleinerts Institute에서 1 - 3년 정도의 연수를 받은 경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번 학회에 초청된 6명의 외국 연자 중에 3명이 Kleinert 소속이었다.
 학회 마지막 날, 1,000여명에 가까운 청중이 운집한 가운데 77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육척 장신의 노의사, Dr, Harold Kleinert가 정정한 모습으로 까만 정장에 흰 나비 넥타이를 하고, 백발이지만 인자한 할아버지의 모습으로 Past, Present, and Future of Hand Surgery에 대한 강연이 있었다. 그가 아니면 보여줄 수 없는 원숭이에 있어서 toe-to-hand transfer 실험 사진, 최초의 사람 수지 재접합 증예 등을 보여 주며 살아있는 수부외과 역사로서 의사의 역할에 대해 역설하였다. 수술하기 전에 반드시 한번 더 환자를 보라! 알고 있는 지식은 후배 의사들에게 반드시 교육하라 임상과 연구를 항상 변행하라 새로운 아이디어는 논문으로 보고하라 항상 앞서 나가기를 힘쓰라 등 천금을 주고도 얻지 못할 격려와 충고를 마음 속 깊이 새길 수 있었던 기회였다.
학회 종료 후 초청된 모든 외국 연자와 일본 학회 관계자 등 50여명의 초대된 Presidential Banquet에서 일본 speech의 기회를 할애 받았다. 갑작스런 부탁으로 잘못하는 영어이지만 아마 이 자리에서 가장 젊은 사람으로서 앞으로 수부외과 분야에 더욱 열심히 공부하고 수술하도록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비록 4박5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학회를 마친 다음 날, 미리 예정한대로 도쿠시마 대학 성형외과를 방문하였다. 도쿠시마는 오사카에서 고속 버르로 2시간 거리에 있는 큰 섬으로 최근에 준공한 연육교는 바다를 가로질러 본토와 섬을 연력하는데, 크고 웅장하면서도 튼튼해 보여 무척 인상 깊었다.
이 대학의 나카니쉬 주임 교수는 96년도에 대한미세수술학회에 초대되어 미세순환에 대한 연구를 발표하였는데, 수부외과와 미세수술을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꼭 실험해보고 싶었던 주제로 무척 흥미로웠다. 그래서 이 대학에는 토끼 귀에 Ear-chamber를 설치하여 미세순환(microcirculation)을 현미경으로 직접 관찰하여 혈류 순환 촉진제들의 효과에 대한 실험이 진행 중이었다. 비록 하루 동안이지만 같이 실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 문헌 만으로는 알 수 없는 실험의 자세한 과정을 알게 되었다.
특히 나카니쉬 주임교수는 한국에 대해 상당한 가지고, 개방된 자세로 아무조건 없이 방문을 허락해 주고, 같이 실험을 하면서 자기들 만의 실험 기법을 설명해주고, 또 저녁에는 근사한 식사까지 대접을 해주었다.
비록 영어로 언어 소통은 하지만 같은 생김새에, 비슷한 사고 방식과 생활 습관이 이국에 와 있다는 느낌가지도 없애버릴 수 있었던 하루였다.
우리나라와 시차가 없는 나라, 그래서 오전에 집을 나서 오후 회의에 거뜬히 참석할 수 있는 가까운 나라, 그래도 어딘가 약간을 개운치 않은 미운 나라 일본, 비싼 돈을 들여가며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의 젊은 의사를 초청하는 것은 의도야 어떻든 전체를 감싸 안으려는 저들의 노력으로 생각된다.
일본 방문 전에 가졌던 괜한 불안감과 약간의 국가적 열등감, 그리고 경제 위기에서 허덕이는 우리의 현실에서 부를 누리고 있는 그들에 대한 질투심 등은 그들의 따뜻한 환대와 개인적인 친절로 극복할 수 있었다.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 수준 높은 그들의 학문과 그에 대한 열정이 무척 부럽기도 하였고, 결코 멀리 할 수 없는 지정학적 입지 조건 때문이라도 반드시 상호 발전해야 할 우리의 이웃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