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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意窓] 성형수술 ≠ 마술 [1996. 08. 02]
w병원 | 2008-12-23 00:00:00 | Hit : 41,277
몇 주전, 쌍꺼풀 수술을 받던 환자가 수술 후 숨졌다는 기사가 신문의 사회면에 작은 면적을 차지한 적이 있었다. 필자를 아는 친구와 친지들은 어떻게 그런 일이 생길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의학적으로 굳이 설명을 한다면 먼저 눈 부위의 마취에 쓰이는 약제가 매우 드물게 과민 반응을 일으켜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고, 지혈을 위해 마취약에 혼합해서 쓰는 약제가 심장 박동을 빠르게 하든지 불규칙하게 해 결국 심장 박동이 멈춰지게 할 수도 있다. 이렇듯 사람의 몸이 기계가 아니고 생명력 있는 복합적인 유기체이므로 아무리 간단한 수술을 하더라도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한 사람의 수술자가 동시에 양쪽 눈에 쌍꺼풀 수술을 하더라도 모양이 서로 다를 수가 있고, 사람에 따라서 흉이 심할 수도 있는 것이다.

수술의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수술 부위가 피부나 피하 지방에서 뼈로 깊어질수록 예상치 못한 수술의 합병증이나 부작용, 불만족스러운 수술 결과를 가져올 위험도가 높아지게 된다. 집도의나 수술 받는 환자 모두가 만족할 만한 수술 결과가 나왔을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환자가 불만족한 경우에는 의사에 대한 불신과 함께 법적인 책임도 따지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그렇다고 간단한 쌍꺼풀 수술이나 흉터 성형술, 혹은 융비술(코 높이는 수술)을 하면서 수술에 대한 모든 부작용과 문제점을 설명한다면 수술을 받는 사람도 없을 것이고, 이런 것들이 겁이 난다면 수술을 하지도 않을 것이다.

노출이 많아지는 여름이다. 팔과 다리에 흉터가 있다든지 좀 굵다든지 하는 문제로 성형외과를 찾는 환자 아닌 환자들이 많다. 전혀 흉터가 남지 않도록 수술을 해 달라는, 아니 마술을 해 달라고 요구를 한다. 이들 대부분은 한결같이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혹은 스포츠 신문에서 최신 레이저 장비로 수술을 하면 감쪽같이 흉터를 없애든지, 굵은 종아리가 가늘어 진다는 기사나 광고를 봤다는 것이다. 수술에 대한 설명을 열심히 하고 나면 이렇게 큰 대학 병원에 그런 장비도 없는지, 아니면 흉터를 남기지 않고는 수술을 못하는 실력 없는 선생이 아니냐는 불만과 원망의 따가운 시선을 받게 된다.

최근 매스컴을 통한 과장된 의료 광고는 처음과 끝만 있지 중간 과정이 전혀 언급되지 않는 함정을 가지고 있다. 전혀 흉터를 남기지 않고 수술을 한다든지, 특히 최신 기계 장비를 이용한 100% 만족을 주는 수술이라든지 하는 이야기는 성형외과적인 측면에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 이는 중간 과정을 생략하는 빠른 손동작이나 몸놀림으로 사람의 눈을 현혹케 하는 마술과도 유사한 것이다.

성형 수술은-조각가들이 땀과 정성을 깃들여 의미 없는 돌덩어리를 망치와 정으로 다듬어 생기 있는 작품을 만들듯이-성형외과 의사가 환자의 몸에 수술용 메스를 이용하여 각인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생긴 수술 후 좋은 결과는 집도의의 작품이며, 환자의 만족이며, 큰 자신감이다. 그러나, 반대의 결과가 나왔을 때는 환자의 몸에 흉터만 남게 된다. 다른 외과의 수술은 수술이 문제 해결의 최종 단계이지만 성형 수술은 문제의 해결책이기 보다는 문제의 시작일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환자가 성형 수술을 받는 것은 운전 면허증을 따는 것과 비슷하다고 한다.

성형외과 교과서에는 성형외과 의사를 외과적 정신과 의사라고 표현하는데, 정신과 의사들은 약물과 상담으로 정신적 문제를 치료하지만 성형외과 의사는 신체의 콤플렉스로 인한 환자의 고민을 수술로서 해결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의 눈에 자신의 얼굴이나 팔에 있는 흉터가, 혹은 짧고 굵은 다리가 어떻게 보일 지에 대한 관심이 수술을 받는 이유가 되어서는 않될 것이다. 수술로 인한 시간, 고통, 수술비 등을 모두 고려하여 과연 수술 전보다 더 나은 결과를 예측할 수 있을 때 수술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옳 바를 것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자기 만의 개성을 창출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