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기사

당신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신문기사

[달성 고등학교 5회달오소식지]팔 기증자를 찾습니다. [2000. 01. 01]
w병원 | 2008-12-23 00:00:00 | Hit : 41,409
지난 1998년, IMF를 지나면서 온 나라가 경제적인 어려움에 시달릴 때였다. 달오 동기들의 자발적이고 정성어린 협조로 두번째 네팔 해외의료봉사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어려운 국내 경제상태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네팔에 꼭 가야 했던 것은 첫번째 활동에서 우리와는 차원이 다른 절대빈곤으로 의료혜택이 전무한 곳이기 때문에 우리의 의료봉사활동을 기다리는 그들의 얼굴이 눈에서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곳에서 만난 가장 인상적인 환자는 18세 남자로 양손이 손목 이하에서 절단되어 혼자서는 똥오줌도, 밥도 알아서 해결할 수 없었다. 손 수술을 전문으로 한국에서는 손가락이 없는 경우에 발가락을 옮겨 신경과 인대를 재건하여 기능회복을 시키는 최고의 전문가로 자부하고 있었지만 과연 이것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 답답함 밖에 없었다.

행운이라고 할까? 1999년, 미국에서 가장 큰 수부외과 및 미세수술 센터인 클라이넛 연구소에서 한국 최초의 정식 임상교수로 일할 수 있게 되었고, 그해 2월달에 이곳에서 미국 최초의 팔 이식 수술을 시행하였다. 이때부터 이 수술의 책임 집도의와 수술받은 환자를 직접 대하면서 팔 이식술에 대한 관심과 연구를 시작하였다.

1950년대 중반에 장기 이식수술로는 처음으로 신장(콩팥) 이식술을 시행했을 때 지금처럼 일반인들이 다 알정도로 확실한 수술 방법이 될 줄 아무도 상상을 못했을 것이다. 현재도 팔 이식수술에 대하여 의사들조차도 불가능하다고 믿고있지만 수술을 받은 두명의 환자는 건강하게 잘 유지되고 있고, 이식받은 손은 구두끈 묶고 풀기, 작은 나사 돌리기, 야구공 던지고 받기 등 상상이상으로 좋은 기능회복을 보여주고 있다. 면역억제치료의 부작용으로 윤리적인 문제도 대두되고 있고,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신체 훼손을 금기시 하는 사회적 관념으로 장기를 주고자 하는 사람이 없는 실정이다.

팔이식술은 신장, 심장, 혹은 간과 같이 한종류의 장기를 이식하는 것과는 다르다. 왜냐하면 팔은 근육, 뼈, 골수 및 신경 그리고 조직중에서 거부반응이 가장 심한 피부 등 여러가지 조직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수술 후에 해야 할 면역억제 치료의 정도를 가늠하기 어려워 여태껏 시도조차 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여러가지 실험과 연구결과 현재는 놀랍게도 신장 이식 때와 비슷한 용량의 면역억제 치료로 잘 유지되고 있다.

몇일 전, 중앙지와 지방 신문에 영남대학병원에서 ‘팔 기증자를 찾습니다’ 라는 제하의 기사가 나간 후 전국에서 팔이 없는 사람들만 계속해서 외래로 찾아오고 있다.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하지만 이젠 자기의 신체도 절실하게 필요한 환자에게 남길 수 있으니 살아있을 때 열심히 살고, 죽어서는 이름과 신체를 모두 남기는게 어떨까(너무 무시시한가)? 팔 이식수술은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한번도 시행되지 못한 수술이라 팔 기증자만 있다면 최초로 이 수술을 집도하여 우리나라의 팔 재건술과 장기이식술 분야에서 큰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