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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醫窓] 가슴없는 여자
관리자 | 1996-11-29 00:00:00 | Hit : 40,703

일전에 방송되었던 드라마 [애인]이 방송중단 여부를 놓고 국회에서까지 논라이 되었던 적이 있다. 외형적으로 정상적인 부부관계에 있는 기혼자들의 불륜이 아직은 우리의 정서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부간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자녀 문제나 사회의 이목 때문에 자신들의 감정에 정직해질 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기도 하다.


언젠가 30대 초반의 주부가 진료실을 찾아왔다. 그런데 말없이 앉아 있던 그 주부가 막무가내로 눈물을 흘리는 것이었다. 끄집어 내기조차 싫은 이야기지만 성형수술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아 몇번의 망설임 끝에 병원을 찾은 것이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과 이제 막 5살 된 딸이 있는 평범한 주부였다. 2년 전에 좌측 유방암으로 수술을 받았다고 했다. 유방암으로 진단을 받았을 때 충격이 대단하여 유방 절제술 직후 시행할 수 있는 유방 재건술에 대해서는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


그래도 처음에는 남편의 따뜻한 격려와 배려가 있었고 전이가 없어 유방 절제술만 받고 현재까지 재발없이 건강히 잘 지내왔다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처음에 그렇게 자상하게 병수발을 잘 해주던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 것 같다는 것이었다. 한 쪽 가슴은 정상적으로 남아 있는데 수술을 받은 쪽은 큰 수술 흉터와 함께 남자 가슴보다 더 밋밋한 가슴이 되어 있어서 그런지 수술 후 부부관계도 뜸하더니 이젠 아예 부인을 노골적으로 거부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수술 방법을 설면한 결과 아랫배 살과 복부근육을 유방 모양으로 다듬어 앞가슴 피부 밑으로 통과시키는 방법으로 수술하기로 하고, 전신 마취하에서 5시간의 수술을 성공리에 마쳤다. 다행히도 다른 합병증 없이 수술 후 경과는 순조로왔다. 출산 후 늘어났던 뱃살이 배 주름살 제거 수술을 한 것처럼 날씬해지고, 새롭게 생겨난 젖 무덤은 퍽이나 환자를 만족케 하였으며, 3개월 후에는 젖꼭지를 만드는 2차 수술을 받기로 하였다.
여성의 유방은 성적 매력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남자에게는 어머니으 따뜻한 품속과 같은 안식의 상징으로도 여겨진다. 그래서 아무리 얼굴이 아름다운 여자라도 유방이 아름답지 못하면 미인이 될 수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유방절제술을 받은 여성은 남자가 거세 당하는 것과 비교될 만큼의 큰 정신적 충격을 받게 된다. 따라서 환자나 배우자 모두 정상적인 부부 생활을 하기에는 많은 인내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최근 식생활의 서구화는 경우용 피임제와 함께 유방암의 급격한 증가를 가져오는 주요원인이 되고 있다. 주위 조직으로 암세포가 전이되어 전신적인 항암제 치료와 방사선 치료 등이 필요한 유방암 3 ~ 4기인 경우에는 재건술을 고려하기 힘들다. 조기에 유방암을 발견한다면 최소한의 유방 절제술을 시행하고 수술 직후나 일정기간 후에라도 다양한 방법으로 정상적인 모양에 가깝게 재건할 수가 있다. 조직이 충분히 남아 있는 경우에는 조직 확장기로 정상 조직을 늘려서 인공 유방 삽입물을 집어 넣을 수 있는 간단한 수술 방법도 있고, 주위 조직이 부족하고 인공 삽입물을 거부하는 환자에게는 자기의 조직, 즉 늘어난 뱃살이나 등의 살을 이용하는 등의 방법이 있다. 환자의 정신적 충격을 줄이고 배우자와 함께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적절한 수술 방법을 선택하여 재건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유방암에 대한 관심의 증가와 홍보에 따라 조기 암의 발견이 많아지면서 이런 수술에 대한 문의도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경제 수준과 의료의 질이 높은 나라에서는 유방절제술과 재건술은 동시에 하는 수술로 인정되지만 아직은 수술 후 [삶의 질]에 대한 환자의 인식부족과 의료보험수가 적용에 문제가 있어 이런 수술이 활발하지 못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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