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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학교 의료원소식] 뮤지컬 '명성황후'를 보고
관리자 | 1998-03-01 00:00:00 | Hit : 40,891

뮤지컬 '명성황후'가 아쉽게도 대구 공연 계획이 없어 1월의 어느 토요일 오후, 부산에 있는 선배의 도움으로 부산 시민회관 대강당에서 관람할 기회를 가졌다.
작년 여름, 미국의 서쪽 LA에서 박찬호가 메이저리그에서 멋진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을 때, 뮤지컬의 본고장인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이 공연은 막을 올렸다. 뉴욕 타임즈 뿐만 아니라 세계적 언론사들이 앞다퉈 한 극찬을 익히 듣고 있었기에 큰 기대를 갖고 부산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시대적 배경은 19세기 말로 거슬러 올라가 우유부단한 고종의 뒤에서 대원군이 섭정하여 쇄국 정책을 펼렸으나 서구 열강의 개방에 대한 압력이 거세질 무렵이었다. 아름답고 지혜로운 명성황후(민비)는 고종과는 달리 국제적 감각과 결단성이 있는 강한 성격의 소유자로 대원군의 섭정을 폐하고 고종의 친정을 권하면서 국정 전반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현명한 민비는 일본의 조선에서의 상권과 정치권을 모두 독점하려는 저의를 미리 알아차리고 이를 배척하기 위해 러시아, 독일, 프랑스 등의 삼국을 등에 업고 유럽식 문화의 개방과 개혁을 도모하였다. 이를 눈치챈 일본은 조선을 독차지하는데 가장 방해가 되는 민비를 제거하기 위해 '여우사냥'이라는 작적 암호아래 훈련된 일본군 자객들을 궁궐에 침입시켜 조선 왕조를 지키려고 최후까지 몸부림쳤던 민비를 찬인하게 살해하고 그 시체를 불태워버린다.


출연자들의 궁중 의상은 은근하면서도 화려한 우리 한복의 멋을 마음껏 뽐낼 수 있었으며, 이를 비추는 화려한 조명, 회전식 무대와 무당굿, 또한 배경 음악으로 한국 음악과 클래식이 멋있게 어우러져 극장 전체에 울려퍼지는 이 뮤지컬은 관객들을 충분한 감동의 순간에 빠뜨릴 수 있는 모든 요소를 내포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민비 역을 맡았던 줄리아드 음대 출신 소프라노 김원정의 호소력 있는 시원한 가창력은 마치 민비가 환생하여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한국인들의 혼을 일깨우기에 충분하였다.


마지막 장면에서 시해당한 민비와 백성들이 함께 부르는 '백성이여 일어나라' 합창은 이 뮤지컬 최고의 메시지로 가장 큰 감동을 선사하여 관객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했을 뿐만 아니라, 저절로 양손에 주먹이 불끈 쥐어지게 하였다.


뮤지컬 '명성황후'를 통하여 한 시대를 풍미했던 여인의 불행한 죽음에 대한 인간적인 연민과 아름답고 지혜로운, 그러면서도 강한 지도력을 겸비했던 명성황후는 너무나 매력적인 여인으로 다가온다. 나라가 어지러울 때 활약했던 역사적 공인에 대한 존경심으로 새로이 현재를 조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금이 시기에도 가장 필요한 한국적 여인상으로 느껴진다.


민비가 시해 당한지 1세기가 흐른 이쯤에 우리는 또다른 종류의 시련에 휘말리고 있다. 총칼이나 쇄국에 대한 문호개방이 아니라 잘못된 질서와 관행을 바로 잡아야 하고, 비젼없는 지도자들의 용퇴와 집단을 이루는 개인의 개혁을 통하여 불건전한 의식을 송두리째 갖다 바려야 할 시점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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