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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31]손수술하는 젊은 의사의 꿈(대한성형외과학회회보)
관리자 | 2017-07-31 10:00:00 | Hit : 40,835

7월 대한성형외과학회보에 게재된 우상현 병원장의 대만수부외과학회 참관기 글입니다.

자세한 글은 첨부파일을 다운로드 하시면 됩니다.




 

22년 전이다. 젊은 의사의 첫 great toe
transfer 수술은 실패로 끝이 났다. 총 20시간의
수술과두달여간입원을했던환자는더짧아져
흔적만 남은 오른손 엄지손가락과 없어진 엄지발
가락으로 퇴원하게 되었다. 환자와 그의 아내가
퇴원하는 날 연구실을 방문하겠다고 연락이 왔
다.뺨이라도한대맞고,온갖욕설을듣고,멱
살이라도 잡힐 각오를 미리 하고 있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형님뻘쯤 되는 환자분은 자기로 말미암
아더연구하고노력해서다시는이런수술에실
패하지 말고, 앞으로는 본인과 비슷한 절단 환자
들에게 희망을 주기를 바란다고 하면서 젊은 의
사의 손을 붙잡고 눈물을 흘렸고, “최선을 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연구실을
떠났다.

 









장애를 가진 환자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겠다는
‘과한 욕심’으로 미용 수술보다 미세재건 수술만
을 하겠다고 다짐해 왔던 스스로에게 심각한 회
의를 가지게 되었다. 과연 내가 미세재건 수술을
하는의사로서자격이있는지,과연이길을계
속갈수있는능력이있는의사인지본질적인문
제에 부딪히게 된 것이다.

 


전임강사로 발령 받은 지 1년도 안 된 시기였지
만 당시 설정현 주임 교수님께 그 당시 toe-to-
hand transfer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하고 있던
대만 장경병원으로 파견을 보내달라고 당돌하게
부탁을 드렸다. 유방 전문가이셨던 당신께서는
이분야에대해서전공의시절에가르쳐주신것
이 없었다고 하시면서 흔쾌히 승낙하셨다.

 

Fu-Chan Wei 교수님은 본인의 수술 날에는
하루에 두 케이스의 다양한 toe transfer 수술을
하셨고, David Chuang 교수님은 생후 6개월 된
신생아의 obstetric brachial plexus palsy에 대
한 신경 수술과 gracilis muscle을 이용한 기능성
근육 전이술(free functioning muscle transfer)
로손목과손가락의굴곡신전기능회복을위
한 수술을 시행하셨다. 또한 어깨 한쪽이 내려갈
정도로 무거운 큰 카메라 가방을 들고 다니시던
Hung-Chi Chen 교수님은 다양한 분야의 미세
재건 수술을 다양하게 변형하는 수술을 하셨다.

 









교수님들 본인의 수술 날마다 자정에 가깝거
나, 새벽 1~2시까지 예정된 수술을 하셨다. 이런
강행군의 수술 스케줄로 매일 수술실에만 있던
필자는 이 모든 수술에 참여하면서 일주일 만에
심한몸살을앓고평생흘려본적이없던코피까
지흘리게되었다.그러나본인몸의일부가희생
되었지만 젊은 의사를 격려해 주며 퇴원했던 환
자 분과의 ‘눈물의 약속’을 지키고, 한국 최고의 
수부 및 미세재건 전문가로 반드시 ‘Korean Fu-
Chan Wei’가 되어야겠다는 집념으로 한 달의 시
간을 보냈다.

 


2016년 가을, 대한미세수술학회에는 Chen 교
수님의 아들인 Shih-Heng Chen이 초청되어 왔
다. 그는 그의 아버지와 필자처럼 Louisville에
서 Kleinert’s Hand Institute에서 clinical fellow
를 마쳤고, 이후 링코의 장경병원 성형외과에서
스태프로 근무하고 있다. 그는 2년 동안 clinical
fellowship을 하면서 Korean Dr. Woo에 대한 전
설적인(?) 이야기를 많이 들어 평생 만난 적이
없던 Dr. Woo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대한미세수술학회 식사 자리에서 처음 만난 그
는 필자에게 대만 수부외과학회에 초청을 하고 
싶다고 했고, 마침내 대만 수부외과 학회장인 장
경병원의 Yu-Te Lin 교수의 정식 초청장을 받게
되었다. 대만 수부외과학회는 정식 학회로 발족
된 것이 작년이라 역사가 짧다. 미세수술을 하는
의사들과 하지 않는 의사들의 비율이 거의 반반
정도로 한 시간의 key note lecture 내용은 미세
수술이아닌공통적으로이해할수있는분야로
요청을 받았다.

 


싱가포르에서 초청된 Teoh Lam Chuan 교수님
은 선천성 손기형 수술에 대한 강의가 예정되어
있어, 고민 끝에 필자는 “Alpha and Omega of
Carpal Tunnel Syndrome and Cubital Tunnel Syndrome”으로 강의 제목을 정하였다.

 


2017년 4월 29일, 2박 3일의 일정으로 링코의 장경기념병원에서 제2차 대만수부외과학회가 개
최되었다. 학회 당일 아침, 세 분의 교수님들께
서 차례로 학회장에 도착하셨고, 한국에서 온
초청 강사를 정말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우리나
라에서 혹은 다른 나라에서, 다른 세계학회에서
자주뵈었던분들이지만 마치 22년 만에 처음 만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세월을 거스를 수 없는 연로하신 모습이었지만 마치 고향으로 금의환
향한 제자를 대해주시는 것 같았다. 말초 신경
이 전문 분야인 Chuang 교수님께서 필자의 발표
에 대해 공개적으로 많은 질문과 의견을 주셨고,
Chen 교수님께서는 강의 후에 찾아오셔서 예전
처럼 조용한 목소리로 필자의 수술 방법에 대하
여 당신의 의견을 주셨다. 또한 대학병원도 아닌
private hand center에서 hand transplantation
을 한국 최초로 시행 한 것에 대해 칭찬과 격려를
해주셨다.

 









정식으로 1년간 clinical fellow를 한 것도 아
니고,평소에 자주 인사를 드린 것도 아닌데 이런 관심과 환대를 받으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오후 세션에는 필자의 병원에서 같이
간 김영우 원장이 “Variable Factors Affecting
the Success in the Distal Digit Replantation”
와 이태경 과장이 “Current Trends of
Reconstructive Surgery for the 1,040 Cases
of Thumb Duplication in W hospital, Korea”에
대한 발표도 하였다.


 

한 방에서 계속 진행되는 학회장에는 150여 명
정도의 참석자들만 있었다. 모든 발표는 영어로
진행되었다. 대만도 우리나라처럼 성형외과 전문
의들이 수부외과에 대한 관심이 많이 부족하다
고 하였다. 정식으로 학회가 설립된 지 오래되지
않아 학회 차원에서 수부외과 관련 수가 인상을
위한 노력이나 진료 방침이나 방법에 대한 토의
가 아직은 부족한 것으로 느껴졌다. 일본과 홍콩에서도 젊은 선생들이 몇 개의 주제로 발표를 하였다. 전체적으로 미세수술 관련 내용은 대부분
장경병원 전공의와 스태프들이 발표를 주도하였고,상지골절등외상에 대한 내용은 많았지만
우리 학회와 달리 wrist arthroscopy나 disease,
congenital anomaly 등에 대한 내용은 조금 부족해 보였다.


 

학회 공식 만찬에서는 필자와 비슷한 연배
인 대만학회의 집행부들과 이번 학회에 초청
된 홍콩, 싱가포르, 일본 선생들과 아시아 각국
의 학회 간 travelling fellowship에 대한 이야
기를 나누었다. 아마 2017년 11월 대한수부외
과학회에는 5개국 이상의 아시아 각국에서 젊
은 travelling fellow들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이된다. 또한 지난 2월 필자의 병원에서 시행
한 hand transplantation에 대한 관심이 많았
고, 최근 장경병원에서 시행한 bilateral hand
transplantation에 대한 경험과 과정에 대해 이야
기도 들을 수 있었다.

 


1995년의 장경병원은 한마디로 모든 것이 충격
이었다. 하루 외래 환자 평균 20,000명, 수술실
60여개,저녁퇴근시간이되어도끝나지않는
예정된 수술과 연이은 응급 수술로 불이 꺼지지
않는 수술실, 그곳에서 영어로 더 많이 이야기하
는 의사들, 많은 외국 펠로우들이 같이 거주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기숙사, 우리나라의 전통
시장과 백화점을 한곳에 모아 놓은 듯한 병원지하 1층의 공간들.

 


두번의강산이바뀌고도남을시간이지난
2017년 현재의 장경병원은 옛 전통을 지키면서
새로운 빌딩들이 들어서 있었고, 작은 식당 몇
개만있었던병원주변거리는신도시가되어전
혀알아볼수없을정도로발전되어있었다.장
경병원과 구름다리로 연결된 새로운 큰 건물에
는호텔과마켓이들어서있어학회참석자나세
계 각처에서 온 환자들에게는 접근성과 편의성
을 제공하는 데는 최고였다. 이런 시설 보완뿐만
아니라 새로운 주축인 40~50대의 장경병원 스태
프들은 원로가 되신 선생님들의 명예를 드높이기
위해많은노력을하고있는것으로보였다.

 





이번 방문은 짧은 2박 3일의 일정이었지만 이
젠 원로가 되신 장경병원 교수님들의 따뜻한 사
랑과 주역으로 성장한 중견 스태프들의 우정을
듬뿍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돌아오는비행기안에서일행중가장젊은이
태경 선생은 필자에게 뜬금없이 이렇게 물었다. 
수부와 미세수술과 관련해서 우리 W병원이
장경병원보다 모자라는 것이 뭐가 있나요?”
“그렇지요. 그러나 우리에겐 상완신경총 손상
등 신경 수술에 대한 확실한(?) 전문가가 없고,
수술실에 밤새 불이 꺼지지 않을 젊은 스태프들
의 의욕이 모자라는 듯합니다. 더 확실하게 모자
라는것은현재의우리를가르칠수있는기라성
같은 원로 교수님과 그 경험이 없지요.”라고 대답
하였다.

 


필자는 1995년, 장경병원에서 한 달간의 단
기 연수를 받은 이후, 지난 22년간 개인적으로 
300여 건의 족지 전이술을 시행했는데 성공률은
97% 정도였다. 최근에는 수술 건수가 줄긴 했으나 2008년 이후 시행한 60예에서는 많은 우여곡
절을 겪기도 했지만, 다행스럽게도 한 번도 실패
한 케이스가 없었다. 족지 전이술과 관련하여 학
회에서 우수논문상도 여러 차례 받았고, 2005년
에는 한국과학기술상을 받는 영예도 누렸다. 또
한PRS저널을 비롯한 SCI저널에 족지전이술과 관련하여 6편의 원저도 게재하였다.

 



1995년 7월, 무더웠던 대만의 추억은 필자로
하여금 손수술, 미세재건 수술을 하는 ‘젊은 의
사’의 초심을 잃지 않게 하는 강한 원동력으로
아직도 남아 있다.
  

성형학회지 109호(국제학술대회 참관기).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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