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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신보]미국 클라이넛 수부외과센터 12회 동문회를 다녀와서 [2005. 07. 11]
w병원 | 2008-12-23 00:00:00 | Hit : 41,791
[의협신보]미국 클라이넛 수부외과센터 12회 동문회를 다녀와서

클라이넛 수부외과센터에서 강의를 마치고<좌> / 클라이넛 농장에서 클라이넛 선생님과 함께한 필자<우>

미국 클라이넛 수부외과센터 12회 동문회를 다녀와서
[다시 본 '푸른 잔디의 도시' 루이빌 손 접합수술, 그 끝없는 도정의 현장]

지난 6월 12일부터 3일간 켄터키 주 루이빌시에 위치한 클라이넛(Kleinet) 수부외과 센터에서 제12회 클라이넛 동문회가 개최되었다. 이는 매 2년마다 6월경에 클라이넛 수부외과 센터에서 임상교수를 지낸 동문들이 모여서 논문 발표도 하고, 서로의 우의와 친목을 나누는 모임이다. 지난 40여년 동안 미국을 포함한 50여개 국가에서 총 1000면 이상의 임상 교수를 배출하였기 때문에 그야말로 클라이넛 동문회는 세계적인 수부외과 의사들이 모이는 또 다른 수부외과 학회이다.
필자는 영남대학교 의과대학 성형외과학 교실에서 부교수로 재직할 당시 1999년 6월부터 1년간의 임상 교수로서 일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지금이야 좋았던 추억만이 기억에 남아있지만 그 당시에는 별로 그랬던 것 같지는 않다. 대부분 교수들이 미국 연수 중에 학술 활동이나 연구에 전념하지만 어느 정도 재충전의 기회로 인식 되는 것이 사실이다. 필자의 경우에는 임상교수로서의 역할 중 계속되는 많은 수술은 별로 부담스럽지 않았지만 주 2회의 밤샘 당직이나 원내에서의 영어소통, 수술기록지를 포함한 모든 기록지의 영어 녹음과 새벽 컨퍼런스 등으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루이빌을 떠난 후 꼭 다시 방문을 하고 싶은 마음이 마치 어릴 적에 살았던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과 같다고나 할까! 벌써 5년이나 지나 그 당시 초등학교 학생이었던 두 딸은 지금은 중학생과 고등학생으로 기말 고사 준비로, 집사람은 이를 뒤바라지하느라 동행하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하며, 우리가 살았던 아파트며 주위의 몰과 경치들을 사진에 담아 오라는 부탁을 몇 번이나 하였다.
임상교수로 근무할 당시 새벽 잠을 쫓으며 참석했던 새벽 컨퍼런스는 아마도 클라이넛 그룹의 가장 근본적이고 강한 힘의 원천으로 생각되었다 .임상 교수와 스탭, 방문 의사들, 재활치료사와 간호사, 의대생 등 그 당시 80세 생일 파티를 치렀던 클라이넛 선생부터 20대의 예비 의사까지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한 시간 동안 깊은 토론을 보고 들으면서 많은 것을 느끼며 배울 수 있었다. 필자는 하루 일찍 도착하여 새벽 컨퍼런스 시간에 한 시간에 걸쳐 "The Art of Microvascular Hand Surgery"에 대한 강의를 하였다. 미세재건 수술 건수가 줄고 있는 터라 클라이넛 선생부터 Dr.Tsai, Dr.Scheker를 비롯한 여려 펠로우 등이 참석하여 필자의 미세수술을 이용한 상지 및 수부의 재건에 관한 내용들에 아낌없는 칭찬과 격려를 보내 주었고, 수술 방법에 대해 자세한 질문과 토론, 서로간의 의견을 나눌 수 있었다.

루이빌시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Jewish Hospital의 Heart & Lung Center 18층 컨퍼런스 센터에서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과거와 현재 임상교수 등이 자유 연제 발표가 있었다. 필자는 재접합 수술이 불가능한 엄지 손가락의 재건을 위하여 엄지 발가락의 부분을 옮기는 수술 방법에 대하여 구연 발표를 하였다. 토요일에 개최된 패널 토론은 복합조직 이식(composite tissue transplantation)을 주제로 안면부 전체의 복합 조직이식술에 대한 실험적 연구와 미국 최초로 클라이넛 그룹이 시행했던 팔 이식 수술 환자의 최신 수술 후 결과에 대하여 Dr.Breidenbach가 발표하였다. 팔 이식 수술은 수술 전 윤리적인 문제와 면역 억제치료에 대한 부작용 등으로 의하계의 심한 반대를 무릎 쓰고, 1999년에 시행되었다. 현재는 콩팥 이식 수술 후의 기본적인 면역 치료제로 면역 상태라 잘 유지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술 후 6년 째 접어들면서 최근에 찍은 비디오에서 이식된 손은 점점 더 미세한 동작이 가능해지고 있었다. 또 하나는 Dr.Scheker가 10년간의 연구결과 최근에 FDA에서 승인을 받은 손목 관절 재건을 위한 척골 보조기(ulnar prosthesis)에 대한 임상 결과 발표로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무엇보다도 반가웠던 것은 84세의 고령에도 여전히 하루에 서너 건의 수술을 집도하면서 진료를 하고 있는 클라이넛 선생의 건강한 모습을 다시 뵐 수 있었던 것이다. 특히, 임상 교수시절에 수부의 신전 건의 생역학적 실험 연구를 맡겨 필자로 하여금 더욱 더 힘든 시간을 보내게 했던 Dr.Tsai선생과 Mrs.Tsai의 환대는 너무나 고마웠다. 마침내 올 해 미국 성형외과 학회지(Plastic Reconstructive Surgery)에 게재된 이 논문을 위해 얼마나 많은 사체의 손을 잘라 주말의 시간을 보냈었던지 아직도 그 힘들었던 추억의 기간들이 눈에 선하다. 다음 날 아침에는 Dr.Tsai선생의 집으로 초대되어 Mrs.Tsai가 차려준 한국식 아침식사를 하고, 같이 운동을 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 자리에서 Dr.Tsai선생은 필자에게 다음엔 정식 교환 교수로 초청할 테니 미세수술을 이용한 수부재건술에 대한 강의를 부탁하였다.
금요일 저녁에 거행된 연회에서는 클라이넛 그룹의 '신화'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필자가 굳이 '신화'라고 표현을 한 것은 비록 개인적인 그룹 진료를 하고 있지만 강산이 서너번 이상 바뀌어도 변치 않는 그들의 신뢰와 애정은 평생을 해로하는 부부보다 더 강한 것 같다. 최근에는 중견 스탭 3명이 사직하고 젊은 스탭으로 보충되면서 갈등이 표면화 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클라이넛 선생의 열린 마음과 관대함은 병원의 전 직원들에게 통일된 하나의 공감대를 형성하여 외국에서 온 모든 이방인들에게 따뜻한 정을 베풀 수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여기를 경험하고 지나간 거의 모든 임상교수들이 '푸른 잔디의 도시.루이빌'을 생각하면 제2의 고향과 같은 편안함과 정겨움을 느끼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은 아닌 것 같다.
2002년 말 대학을 사직하면서 미국행을 포기하고 한국의 클라이넛 수부외과 센터를 만들어보고자 대구 현대병원(원장 김주성) '김앤우'수부외과 센터를 개설한 지 벌써 2년 반의 시간이 지나고 있다.매년 수부외과와 관련된 6,000여 건 이상의 수술과 작년 한 해에 수부외과와 관련된 12편의 논문들이 대한수부외과학회지.대한성형외과학회지.대한정형외과학회지.대한미세수술학회지.미국성형외과학회지 등에 게재되었다. 우리나라 최고의 수부외과 전문병원을 꿈꾸며 내 디딘 발걸음이 목표점을 향해 한걸음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 기간 동안 4명의 정식 임상 교수와 30여명 이상(대부분 정형외과 선생님)의 방문 의사들이 손 수술을 보고 배우기 위해 본원을 방문하였는데 이곳을 지나간 많은 환자들과 방문의사, 임상교수를 하고 있는 의사들이 과연 '김앤우'수부외과 센터를 어떻게 평가하고 어떤 느낌을 받고 있을까 많이 반성된다.
수부외과 세부 전문의 제도의 출범에 발맞추어 체계적인 임상교수 교육프로그램도 마련하고, 좀 더 나은 서비스로 환자들에게 봉사할 수 있는 병원이 되어야겠다. 언젠가 다시 클라이넛 수부외과 센터를 방문하게 될 때는 좀 더 큰 '나'를 보여줄 수 있도록 수술과 논문에 매진하고, 아름답고 신뢰로 뭉쳐진 '우리의 기관'을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