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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1mm혈관의 희망 [2006. 01. 17]
w병원 | 2008-12-23 00:00:00 | Hit : 41,382

[홈닥터] '1㎜ 혈관'의 희망
영화에서나 가능했던 시술 점차 현실화

미세 수술은 지름 5㎜ 정도의 혈관을 수술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1㎜ 미만의 가는 혈관을 수술현미경을 통해 맨눈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실과 바늘로 꿰매 피를 통하게 하는 것이다. 우리 몸에서 분리된 조직, 예를 들어 절단된 여러 가지 종류의 뼈, 신경, 인대, 피부 등의 조직이 있을 경우 다른 조직을 아무리 잘 연결해도 혈관을 통해 혈류가 통하지 않으면 생명력을 얻을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성경에도 모든 생명의 근원은 '피(혈)'에 있다고 하는 것 같다.

가장 흔하게 시행하는 미세 수술은 산업 현장에서 손이나 발, 심지어 팔이나 다리가 절단돼 원래의 위치에, 원래의 기능을 복원시키기 위해 다시 붙이는 재접합 수술이다.

최근에는 손가락 끝부분이 절단된 경우와 심지어 0.5㎜ 정도 가는 혈관의 봉합을 시도하고 있다. 손가락이 없는 경우 발가락을 손으로 옮기는 수술도 많이 시도되고 있다. 암 수술이나 교통사고, 선천성 기형 등으로 팔이나 다리에 심각한 조직의 결손이 발생해 절단해야 될 경우에도 미세 수술을 이용, 자기 몸의 다른 근육과 뼈를 옮겨 절단으로 인한 신체의 불구를 예방하고 다시 재건한다. 수술의 성공은 단순히 '수술이 잘 됐다'는 의미 이상으로 환자에게 삶에 대한 새로운 희망을 준다. 그래서 '1㎜ 혈관의 희망'이라고 불린다.

의학의 미래를 단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무척 경솔하지만 굳이 크게 나누자면, 첫째는 지금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배아세포 복제를 통해 필요 조직을 배양함으로써 인류의 난치병을 치료하려는 시도다. 둘째는 뇌사자의 조직이나 기관을 적절한 면역 치료 하에 미세 수술을 이용, 곧바로 재건하는 것이다.

지난해 발표된 이식 수술과 미세 재건 분야의 실험논문에서는 공상 영화 속에서나 가능했던 일이 조금씩 현실화되고 있다. 흰 쥐와 검은 쥐의 얼굴을 분리한 뒤 미세 수술로 서로에게 이식, 얼굴을 바꾸는 것이 성공했다. 최근에는 인륜이나 윤리 문제를 뒤로 한 채 프랑스의 Dr. Dubernad는 안면부 화상이 심한 여자 환자에게 뇌사자의 안면부를 이식하는 수술을 시행했다.

이는 1950년대에 첫 콩팥 이식 수술이 성공해 노벨상을 받은 사건에 견줄 만한 의료계의 큰 사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벌써 몇몇 다른 나라에서는 팔이 없는 환자에게 뇌사자의 팔을 기증받아 팔 이식술을 시행해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학 수준으로 볼 때, 팔이 없는 장애인에게 뇌사자의 팔을 이식할 시기가 됐다고 굳게 믿고 있다.

미세 재건수술은 수술이 실패할 경우, 옮기려던 조직만 희생돼 참혹한 결과가 초래되기 때문에 수술 전에 환자뿐만 아니라 의사도 수술 성공률에 대한 부담감은 매우 크다. 또한 대부분 6~8시간, 가끔은 그 이상도 걸리는 수술이어서 장시간의 마취에도 환자의 전신 상태를 어떻게 잘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도 그리 단순하지는 않다. 그러나 많은 시행착오 끝에 현재는 일반적인 유리 피판술에 의한 조직 전이술에서 97~98% 이상의 수술 성공률을 유지하고 있다. '1㎜ 혈관의 희망'을 실천하기 위한 어려움은 이제는 많이 줄어들고 있다.

절단이나 신체 조직 결손으로 인한 미용적 훼손을 예방하고, 기능 장애를 재건한다면 이보다 환자에게 희망을 더 줄 수 있는 것이 있을까 싶다.

우상현(대구현대병원 김앤우 수부외과 및 미세재건수술센터 소장)